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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그것은 먼 옛날의 이야기였습니다.'
머리 긴, 성별조차 짐작하기 힘든 도깨비(elf)가 운을 떼었다. 내가 생각하던 도깨비에 비해서는 인간다운 모습이었고, 가장 놀랍게도 이의 숫자와 크기로 볼 때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발음들을 능숙하게 하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그 녀석은 도깨비일 뿐이었다. 굳이 내가 분류학을 공부하고 있어서라기보다도, 그 도깨비의 왜소한 체구와 일그러진 얼굴은 정말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이봐, 도깨비 씨, 거짓말이라도 한다면 그 길다란 팔을 잡고 돌려 주겠어.
'당신은 이 반지를 보고 계시군요, 하기야 이 반지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사연입니다만...'
특징적인, 질리는 말투였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나는 도깨비를 싫어했다. 어떤 괴생명체도, 연구소장의 어설픈 인공 지능 프로그램도 이것보다는 나았다. 너는 작고 끔찍한 꼬마도깨비일 뿐이야, 이 녀석아. 네가 무슨 거만하게 배를 두드리는 부호라도 된다는 거냐. 하긴 도깨비들이야 관광업으로 돈은 많이 벌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덜 흉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덜 짜증나는 것도 아니었다.
'또 뭡니까 이번엔.'
이쯤 되면 나도 어지간히 질렸다. 그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늘어놓는 그 9세기풍의 장광설은 정말 졸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치는 소리가 더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토끼 귀 같은 그 뭉뚝한 귀를 잡아당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나는 녹음기를 꺼냈다.
'아시겠지요, 배우는 이여, 제게도 들판을 토끼처럼 달리던 시절이 한때에는 있었습니다. 정녕 빛나는 계절이었습니다.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는 아름다운 계절이었습니다. 제게 이 반지를 넘기고 간 청년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세월이었지요.'
내가 몇 번씩이나 졸면서도 눈치를 주었지만 도깨비의 말투는 그대로였다. 그처럼 긴 9세기풍 문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말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별 수 있겠는가, 그런 지겨운 일은 언제나 신참의 몫이었다. 내가 투덜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나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어떤 방식으로든 어차피 도깨비에게서 많은 말을 이끌어 내고 기록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그 청년을 눈 속에 비출 수 있던 그 누가 그를 흠모하지 않겠습니까, 빛나는 눈으로 앞날을 보며 스스로는 항상 자신의 종말을 향하고 있다면서도 그 말투는 순박하기만 했던, 그 어린 청년을 말입니다. 숲 밖으로 나가기 힘든 저희 도깨비들에게 있어서 앞날을 바라보는 눈은 얼마나 귀중한 보배이겠습니까. 그 청년이 지친 다리를 쉬어 가려 숲에 머물 때마다 저는 숲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도깨비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마에 흐른 땀을 짤막한 수건으로 닦아 냈다. 팔은 길었고 손가락은 여섯 개였지만 도깨비들은 손을 잘 쓰지 못했다. 살아가는 환경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도깨비들의 객실을 청소하고 관리해야 하는 내게는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 손을 아무리 못 쓴다 해도, 방을 돼지우리처럼 쓸 필요는 없을 텐데.
'하지만 청년의 말을 알아듣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늘 제가 모르는 말들로만 이야기를 이어 나갔기 때문일까요, 아니라면 단순히 그 청년이 저보다 맑은 정신으로 살아갔기 때문일까요... 다시는 올 수 없다는 청년의 말조차 저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또 다시 저 이야기인가, 대체 저 자들에겐 뭐가 흥미로운 이야기일까? 나는 잠시 이 이야기들이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생각했다.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줄거리도 손꼽아 셀 정도라는데, 하긴 저 도깨비들이라고 해서 뭐가 다르겠는가. 믿기는 힘든 옛말이었지만 도깨비들을 볼 때마다 그 말이 맞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겁니까.'
'그 때 그 청년이 남기고 간 것이 이 반지였습니다.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그 숲을 다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하며 제게 이 반지를 건네 주었고, 그의 소식은 다시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한들 그 어떻겠습니까, 그 기억은 여기에 선명히 남아 있거늘.'
도깨비는 입가를 웃는 듯 일그러뜨리면서 손을 내밀었다. 긴 팔 끝에 혹처럼 달린 손에 빛나는 반지가 끼워져 있어다. 별 생각 없이 나는 그 반지를 도깨비의 손가락에서 빼냈다. 도깨비는 고함을 질렀지만 무시하고 반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다른 것은 지워지고 눌려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보석에 새겨진 기호는 남아 있었다. 고향에 남겠다고 하며 나를 연구소로 보냈던 쌍둥이 형제의 것이었다.
'눈이 빛나는군요. 그 청년에 대한 그리움입니까, 그 청년이 떠나간 이유에 대한 자각입니까?'
도깨비를 다시 객실로 빨리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여러 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모두, 도깨비인 여러분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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