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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1   NGE 화보집 인물소개 번역 01. Ritsuko Akagi
2007/06/05   무책임하게 던져놓고 가는 NGE 잡담
2007/06/05   아니메의 추억 01 - a prelude to Ritsuko Akagi
2007/04/15   The Image of Me 간단한 소개
2007/04/10   뭣도 모르고 쓰는 NGE 리뷰 - 서론 [잔혹한 유희의 명제]


NGE 화보집 인물소개 번역 01. Ritsuko Akagi
물리의 법칙 앞에서 인간의 진리 같은 건 무의미하다. 감정보다도 논리가 으뜸으로 여겨지는 과학의 세계, 그런 세계에 리츠코는 살고 있다.

애정이나 증오라 불리는 불확실한 감정 없이 수식이나 화학식으로 된 기호화할 수 있는 확실한 세계를 그는 선택했다.

MAGI 시스템을 만들어 낸 천재적인 과학자를 어머니로 둔 그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말로 스스로 원해서 과학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

분명히, 어머니에게서 그는 과학자로서의 소질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그 소질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그에게 주어졌다.

계산이 끝난 방정식을 검토하는 듯한 확실한 길 - 과학자로 살아가는 것을 그는 왜 선택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 길이 그에게 있어서는 마음 편한 삶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흰 옷과 안경으로 겉모습을 꾸미고, 자료에 바탕을 둔 판단과 명령을 내린다. 리놀륨마저도 닮은 무기질의 연구실 책상 위를 날마다 셀 수 없이 걷고, 쓴맛만이 입에 남는 커피를 몇 잔이고 마시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화면을 계속 바라보며 박하향 섞인 담배를 몇십 개피씩 피운다. 그런 단조롭다고도 할 나날을 그는 왜 선택한 것일까.

연구는 목적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목적이 있기에 그것을 확인하는 절차라 할 수 있는 것이 연구 과정이라면, 그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연구일까. 그 질문을 그는 항상 스스로에게 묻고 답한다.

하지만 확신을 갖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그는 그 답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답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그는 다른 답을 꾸며 내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 답은 -


(저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번역하지 않습니다.)
Tag : NGE, R.Akagi


무책임하게 던져놓고 가는 NGE 잡담

- 하지만 에반겔리온은 탐미적으로 보지 않으면 너무나 재미없는 작품이다. 그런 성장물은 어제에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그 어느 시대의 책장을 펼쳐 보든지 있을 테니까. 그래서, 안노 히데아키는 우리를 낚았고 우리는 그의 낚시에 넘어간다. 그의 낚시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낚이지 않으면 지루해하는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 안노는 확실히 스타일리스트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은, 차라리 안노보다는 나가노 마모루를 찾기 바란다.(물론, 나가노 마모루라고 해서 이야기를 잘 하는 그림쟁이는 아니다. 둘 다 비슷한 수준으로 "안습"이지만, 안노는 나가노보다도 이야기 실력이 떨어질 뿐이다)

- 에반겔리온은 분명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너무나 "착하다". 에바의 이면에는 결국은 바른 생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오타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던 잘나신 평론가들은 나름대로 말이 되는 소리를 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멀리 뛰고 날아 봤자, 결국 반항심 가득했던, 스스로에 대해, 세계에 대해 그리고 그 세계가 자신에게 억지로 떠맡긴 의무에 대해 고뇌하던 청소년들은 "보완되어", 원래의 사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안노가 에반겔리온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극단적인 냉소일까, tv판 26화는. 그리고 그런 냉소가 End of Eva 포스터에까지 전해진 것일까. 안노는 인류보완을 긍정한 것일까 부정한 것일까, 아니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만들다가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 아무 생각 없이 만드는 작품도 결국 사회 현실을 반영하게 되는 것일까.

Tag : NGE


아니메의 추억 01 - a prelude to Ritsuko Akagi
[잔혹한 천사의 명제, 창가에서 마침내 날아올라]
내 세대의 아니메 좀 봤다는 사람들 중, 이 가사가 익숙하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비록 신세기 에반겔리온이 방영될 당시에 내 세대는 그런 아니메를 보기에는 어렸지만, 사실 1992년에 일본에서 방영했던 세라문을 내 또래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최소한 얄궂은 일일지 몰라도 미야자키를 모르면 간첩이었고 철인 28호와 Z건담의 성능을 비교하는 유치원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남자 아이들까지 세라문을 꼬박꼬박 챙겨보며 마법소녀에 열광하던 내 주변의 사람들은.

그랬기에, 어린 시절에는 아기공룡 둘리, 은하철도 999, 빨강머리 앤, 스피드왕 번개 네 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그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별 관심이 없던 나 역시 비록 그것이 에반겔리온의 오프닝임을 모르고 있기는 했지만 그 음만은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그것이 미묘한 중독성을 지닌 곡이었기에 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이없게도 컴퓨터 관련 잡지의, 웹진에 대한 소개 부분에서 일종의 예제로 제공되었던 그림에 등장했던 두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와 신세기 에반겔리온이라는 이름을 나는 그 잡지를 처음 보았던 '97년부터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애천사전설 웨딩피치나 미소녀전사 세라문의 그 난감한 수식어들 - 한국어판으로는 "사랑의 천사"나 "달의 요정" 등속에서 그 때 한 겉멋 든 여자 아이가 느꼈던 거부감을 그 두 애니메이션의 제목에서는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까, 또는 수식어가 이것저것 붙어 "지저분한" 제목이 아니기 때문이었을까, 그 아니라면 (방영 연도를 생각해 볼 때, 그 시절의 아이들이 알고 있었다는 점이 지금도 놀라운) 건담의 장난감스런 외형에 비해 비록 공포스럽긴 해도 놀랍도록 "미끈"하고 "늘씬"한 에반겔리온의 모습에 감격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나는 그 제목들을 십수 년 동안 기억하고 있었다, 꽤나 즐겁게 보았던 그 네 편의 TV판 애니메이션과 또 미술 수업(...)으로 보게 되었던 평성너구리합전 폼포코를 제외하고는 영화에든 애니메이션에든 그 시간 동안 거의 취미를 붙이지 못했음에도.

점점 아카기 리츠코와는 상관없는 nostalgic nonsense가 되는 듯하지만 일단은 계속하자. 아카기 리츠코를 만난 것은, 신세기 에반겔리온을 알게 된 것보다도 더 이후였으니까, 일단 에반겔리온과의 인연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신세기 에반겔리온이라는,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던 것은 2004년,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접하면서였다. 2003년에 보다 말았던 센치카미를 마저 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지만, 그 때까지 내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서 기대하거나 예상하고 있었던 것은 빨강머리 앤의 따스함과 정겨움이었다, 빨강머리 앤과 폼포코를 같은 사람이 제작했다는 걸 모른 채로. 또는, 내가 아직도 그다지 정을 붙이지 못하는 포케몬이나 디지몬 시리즈의 "유치찬란"함 정도였을까. 한두 화 보기는 했지만, 그다지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었던.

하지만, 2004년 어떤 도덕 선생이 보여 주었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는 새롭기 그지없었다. 인간과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서 그가 가져온 것은 웬 두툼한 비디오 테이프였다. 그 테이프를 VCR에 밀어 넣고 텔레비전을 켜며 그가 칠판에 쓴 것은 [인간과 환경 - 모노노케 히메]라는 단 한 줄이었다. 한참 동안 학습 목표를 쓰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던 그였는데도.

그리고 내가 모노노케 히메에서 느낀 것은, 공허함과 간절함이었다. 문자 매체에서만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복잡한' 감수성 때문에 놀랐을까, 몇 주가 지나 비디오를 전부 본 이후에, 그렇지 않아도 LotR 시리즈에서 관심을 돌릴 이유가 필요했던 나는 모노노케 히메에,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 해가 다 갈 무렵 친목 도모를 위해 한 학급에서 모두 함께 보러 갔던 영화가 하필이면 하우르의 움직이는 성이었기에 더 그랬을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니메에 결국 감동하고 말았던 나는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던 행동 - 검색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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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NGE, R.Akagi, 떠도는불의넋


The Image of Me 간단한 소개

Look at me, what do you see?
Am I real, or just a dream,
Am I something that you need,
Or just an image of me?

And if you stare into the fire too long
Is the flame as strong?
Or if you're lost inside a fantasy
Does it end up real?
So if you think that you're in love with me
Or is it just the whole idea
You must be sure that every single thing
Is what you believe in.

Look at me, what do you see?
Am I real, or just a dream,
Am I something that you need,
Or just an image of me?

Look at me, what do you see?
Am I real, or just a dream,
Am I something that you need,
Or just an image of me?

If every drop of rain stayed in the sky
Would the world just die?
Or if earth revolved around a different sun
Would our lives have began?
So if you think that you're in love with me
Tell me, can you still be free?
For on the surface of most everything
Something hides within.

Look at me, what do you see?
Am I real, or just a dream,
Am I something that you need,
Or just an image of me?

Am I something that you need,
Or just an image of me?

Look at me, what do you see?
Am I real, or just a dream,
Am I something that you need,
Or just an image of me?

사기스 시로의 에반겔리온 리믹스 앨범 삽입곡입니다.
Rei I, II, III 시리즈를 리믹스해서 만든 곡으로, 25화 엔딩을 부른 Loren&Mash의 노래입니다. (Rei 시리즈가 에반겔리온 전체적으로 볼 때 곡 자체의 느낌이나 활용도(?)에서 제일 뛰어난 것 같습니다;;) Eva-VOX에는 창작 비슷하게 느껴지는 곡도 있으며, 어이없게도 Decisive Battle 등속에 무려 랩을 씌운 곡도 있긴 합니다만 이 곡이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가사는 Komm, Susser Tod를 쓴 Mike Wyzgovski의 작품이군요. 약간씩 비문 느낌이 나면서 그럭저럭 평범하게 잘 쓴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맨 나중에 나오는 웃음이 제대로 레이다워서 마음에 듭니다(...) 에바를 오덕후들에게 던지는 감독의 말이라고 보기보다는, 차라리 이 곡을 '레이를 보고 하앍거리는 오덕후들에게 던지는 작사가의 한 마디'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Tag : NGE


뭣도 모르고 쓰는 NGE 리뷰 - 서론 [잔혹한 유희의 명제]

 어떤 종류의 텍스트이건 간에, 재미와 인기가 항상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라는 점은 제쳐 두고라도, 텍스트로서의 가치 이전에 문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현대의 매체에 있어서 그 매체의 재미를 따지기 전에 거론되는 것은 상품으로서 그 매체가 대중에게 알려진 방식이다. 때로는 그 방식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때로는 그 방식이 지나치게 효율적이기 때문에, 텍스트의 질과 무관하게 그러한 매체는 사람들에게 편견으로 전달된다. 여론을 좌우하는 도구로써 흔히 쓰이는 요즈음의 신문과 같은 매체들이 갖는 지극히 공격적이고 노골적인 선전 방식에 비하지는 못하겠지만, 소설, 연극,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대본 등과 같이 비록 상업적이라 해도 일단은 예술로 치부되는 준야에서도 이런 현상은 자주 나타난다. 반지의 군주나 해리 포터와 같은 소설을 영화화해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관련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현상(흔히 one source multi use라고 불리우는)에서도, 교정이나 번역, 혹은 편집에 소모되는 비용보다 오히려 서적에 대한 광고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에서도 이런 현상을 찾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가장 흔한 예로는 Sunrise 사에서 감독마저 계속 교체해 가며 건담 시리즈를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 제작해 온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아무리 그 자체로는 완성도가 평균 이상인 작품이라고 하여도 작품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주로 작품을 선전하는 방식이다. 특히 요즈음의 작품들은 대부분 어떤 의미로든 평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국내에서는 GAINAX의 작품 [신세기 에반겔리온]이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소수의 팬층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일부러 꼬아 둔 듯한(하지만 그런데도 너무나 분명한) 주제 의식과 감독의 sensational한 발언,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등급에 비해 정도가 높은 외설성과 폭력성(하지만 19세 이상 관람가로 두기에는 성장물이라는 장르의 한계에 의해 불가능하며, 그럴 만큼 외설적이거나 폭력적이지도 않다),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이용한 관련 상품의 판매, 가깝게는 신작 극장판(Rebuild of Evangelion) 제작 등으로 이 애니메이션은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의 분노를 샀다. 특히, 거의 무책임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만큼 난해하고 산만한 구성의 최종화(극장판 The END OF EVANGELION 第26話 まごころを君に)는 더욱이나 이 작품에 대한 악평이 쏟아지는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악평이 빗발치는 작품이라고 해도, 그 완성도 자체는 특히 요즈음 범람하는 미소녀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낮다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작품이 1995년작이고 TV 시리즈라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장면의 연출이나 색감, 작화 등에서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전작인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와 비교해 볼 때 특히 작화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으며,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볼 수 있던 특유의 액화 장면(거신병이 쓰러지는 장면이 안노 히데아키가 담당한 부분이다)은 최종화에서 그 모습을 다시 보였다. 전작 [나디아]에서부터 음악을 담당했던 사기스 시로의 사운드트랙 역시 극중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산만하고 불성실한 극장판은 작화나 음악 면에서만은 TV 시리즈에 비해 완성도 높은 면모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이 작품에 가해진 극도의 혹평은 작품 자체만큼이나 그 배경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난삽하기 그지없는 후반부의 내용과 부실한 종결이 텔레비전 방영이라는 한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1~2쿨의 짧은 작품이나 혹은 조기종영되는 많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신세기 에반겔리온] 역시 26화 완결작이라는 제약을 안고 있다. 25화 [끝나는 세계終わる世界/Do you love me?]/[Air/Love is destructive.]와 26화 [세계의 중심에서 '나'를 외친 괴물世界の中心でアイを叫んだけもの/Take care of yourself.]/[진심을 그대에게まごころを君に]는 지나친 급전개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즉, 이 작품의 난해한 면은 그 내용뿐만 아니라 1~2쿨의 짧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익숙하지 않은 제작진의 실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다룬 '인류 보완'의 개념도 이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이 개념 자체는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Childhood's End]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록 Komm,Susser Tod来たれ、甘き死よ에서 볼 수 있는 용해 장면과 같이 시각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지만 [유년기의 끝]에서도 완전히 함께 행동하는 인류의 아이들이나 흡수되어 버린 지구처럼 운명론적이며 묵시록적인 상징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26화 [진심을 그대에게]에서 볼 수 있는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강조에 대비된다. 하지만 그 소재에 있어서 이 작품의 후반부는 여러 다른 작품, 특히 과학 소설에 의존하고 있다. 이 작품을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대로 이러한 부분은 짜깁기에 기반하며, 종종 이 작품과 함께 (흔히 오타쿠로 잘못 불리우는) 일본 문화 소비자들의 문화 코드로 여겨지기도 하는 나스 키노코나 마에다 쥰의 텍스트 게임(나스 키노코의 작품으로는 [月姫], [空の境界], [Fate] 등이 있으며, 마에다 쥰의 작품으로는 [Kanon], [Air], [Clannad] 등이 있고, 각각 텍스트 게임 시나리오 작가들이다)들과 마찬가지로 독창적이지 못하고 어느 정도 컬트적인 내용(이 점에서 마에다 쥰은 안노 히데아키나 나스 키노코와 다르다. 그의 작품에서는 컬트적이기보다 보편적이며 감성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이 둘과 다르게 취급되기도 한다)을 닮았다. 이 때문에 더더욱 상업성에 대한 비판에서 이 작품은 벗어날 수 없다. '인류 보완 계획'은 이러한 이 작품의 성격을 극명히 드러낸다.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축이 결국은 이전에 사용되었던 주제에 대한 오마주에 불과하다는 점은 그만큼 작품이 다룰 수 있는 내용을 제한한다.

 하지만 패러디적 속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케로로 군조]나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한 애니메이션 팬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볼 때,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 팬들의 혐오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은 그러한 속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제작진의 무책임한 태도일 것이다. GAINAX의 작품들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등에서 안노 감독을 필두로 한 제작진은 매니아 계층이라고 해도 충분히 상업적인 수준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음을 입증했지만, 이 작품, 그리고 특히 후반부에서 제작진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외주 제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의 제작사도 아니었을 뿐더러 CG 역시 널리 사용되지 못했던 1995년 당시의 상황(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 이외에는 처리할 수 없었다고 한다)에 의해, 1주 1회의 방영을 유지하면서 작화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기는 어렵다.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작화 분야에서 출발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안노 히데아키에게 후반부 구성을 보완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것도 상당 부분 그 이유가 된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용두 사미라는 한계를 거의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TV 시리즈 23화 淚/Rei III 이후의 내용 전개는 그야말로 멈출 수 없는 폭주로 치닫는다. 아야나미 레이의 자폭으로 인한 제 3 신동경시의 소멸은 개연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렇다면 가출해 있던 아스카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 또는 NERV 본부는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는지를 작품은 설명할 수 없다. 그 이후에 있어서도 작품을 그나마 볼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던 구성들은 붕괴한 것이나 다름없다. TV 시리즈 25화에서 연출이라 할 만한 요소는 정지 화면을 이어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일련의 회상들이며, 26화의 '보완' 과정 역시 리테이크된 셀로 만들어진 듯 서투른 수준이다. 일부의 팬들은 이런 결말을 오히려 극장판에 비해 선호하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 분명 TV 시리즈의 결말은 (1960년대의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더라도) 가히 최하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설정을 즐기는 매니아 계층의 일원으로서 제작진은 실감하지 못했을지 모르나, 편수가 많지 않은 1~2쿨의 애니메이션에서, 방영 내용만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하거나 방대한 구성 혹은 복선을 채택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안노 히데아키 자신이 밝혔듯이 이런 복선들이 작품의 주된 내용과 무관하게 단지 재미를 위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특히 이 설정들은 더욱 작품에 있어 위험하다. 줄거리만으로는 주된 적들의 이름이 아담과 릴리스와 샤키엘과 타브리스가 아니라 해도, 오프닝에 세피로스의 나무 따위가 등장하지 않는다 해도, (에반겔리온 극장판을 17세 미만 관람불가로 만들고 시청자들에게 심한 혐오감을 준)아스카의 2호기가 뜯어먹히는 장면이 없었다 해도 작품의 전개에는 어떤 무리도 없었을 것이다. 사해 문서나 십자가에 롱기누스의 창으로 고정된 릴리스의 주검과 같은 유대 교-크리스트 교적 상징들은 작품의 줄거리에서 무의미하며 '빠진 고리missing link'의 수만 늘리는, 불필요하고 해결되지 못한 복선이다. 안노 히데아키는 건담이나 은하철도 999와 같이 복잡하고 방대한 설정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는 그러한 작품들이 최소한 2기 8쿨 이상의 TV 시리즈와 두 개 이상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지나치게 '심각한'접근 방식은 장애가 될 뿐이다. 몇몇 사정 모르는 이들의 말처럼 불후의 명작도 아니며, 일부 애니메이션 팬들의 말처럼 낚시에 급급한 졸작도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청소년 성장물이라는 틀을 최대한 '재미있게' 각색한, 굳이 분류하자면 영국 등지의 환상 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 문학Young-Adult Fiction'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안노 히데아키 자신이 말했듯이, 그리고 몇몇 비평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이 작품은 성장 소설을 소름 끼치는 장면과 선명한 원색으로써 그려 낸 '잔혹한 유희의 명제'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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